느긋했던 저녁, 뭔가 다른 게 필요했던 순간
그날 저녁, 아무런 계획도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던 중이었다. 친구와 통화 한 통을 나누고 나니 머릿속에 이상하게 또렷하게 자리잡은 한 단어가 있었다. 수원찬스돔나이트. 몇 번 지나치듯 들은 적은 있었지만, 가본 적은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일수록 낯선 기대감은 커지고, 그렇게 우리는 차를 타고 밤이 내려앉은 수원으로 향했다. 음악이 흘러나올 법한 건물 앞에 서니, 이미 분위기는 완성돼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도시의 밤공기마저 신선하게 느껴졌다.
수원찬스돔나이트 첫 발을 디딘 순간, 공기부터 달라졌던 그곳
안으로 들어선 순간, 이전까지의 공기가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 수원찬스돔나이트는 시끄러운 소리도 아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에너지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천장에 반사되는 불빛도 하나같이 꿈처럼 흘러갔다. 사람들은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같은 목적을 품고 이 공간을 찾은 동료처럼 느껴졌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묘하게 안정감을 느꼈다.
그들과 나 사이의 미묘한 거리감, 그리고 어느새 녹아드는 순간
바에 앉아 친구와 웃음 섞인 대화를 나누던 중, 자연스럽게 옆 테이블과 눈이 마주쳤다. 무슨 말을 먼저 건넨 건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자연스레 새로운 사람들과 하나의 그룹이 되어갔다. 수원찬스돔나이트가 가진 묘한 힘일까, 이곳에서는 낯섦이 오래 머물지 못했다. 누군가의 웃음소리, 잔을 부딪히는 소리, 음악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모든 것이 합쳐져 하나의 장면을 완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장면 속 중심 어딘가에 내가 있었다.
서로 다른 리듬, 하나의 무대 위에서
음악이 점점 빠르게, 때론 부드럽게 변주를 거듭하면서 사람들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누군가는 격렬하게 리듬을 타고, 또 누군가는 조용히 눈을 감은 채 흐름에 몸을 맡겼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꼭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 이곳에선 사람들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어떤 역할도, 기대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나 또한 그러했다. 낯선 감정에 취해, 리듬을 따라 천천히 무대 위를 걸었다.
그 밤의 이야기,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한 그 곳에서
잠시 바깥 공기를 쐬러 나왔을 때, 누군가 나를 따라나왔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이미 몇 번 눈이 마주쳤던 사람이었다. 수원찬스돔나이트에서의 짧은 인연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우연처럼 보였지만, 분명한 타이밍이 있었다. 그의 말투, 웃음소리, 그리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자며 내미는 손짓까지도 어딘지 따뜻했다.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하게 될 거란 예감이 들었다.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던 연결, 그것은 음악이나 조명보다 더 강한 인상이었다.
마지막 곡이 흐를 때쯤, 나는 전보다 조금 달라져 있었다
새벽이 가까워올수록 사람들의 표정엔 아쉬움이 번졌다.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채워졌다는 표정도 함께였다. 나 역시 그랬다. 이 공간이 주는 자유로움, 그리고 타인과의 거리감이 무너지는 그 짧은 순간들 덕분에 나 자신이 훨씬 가벼워진 듯했다. 음악이 끝날 즈음, 우리 모두는 어딘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돌아가는 길, 유난히 조용한 차 안에서 친구가 말했다. “또 오자.” 그 말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다시 찾고 싶은 이유, 기억이 아닌 감정으로 남는 밤
며칠이 지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머릿속 어딘가에 그 밤의 풍경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단순한 추억이라기보단 감정에 가까웠다. 수원찬스돔나이트는 장소라기보다는 경험이었고, 그 경험은 지금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을 때면, 문득 그곳의 조명이 그리워졌다. 다시 그 공간에 서면,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될 것만 같다. 그렇기에 누군가 “어디 좋은 데 없어?”라고 물을 때면, 나는 조용히 그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수원찬스돔나이트. 그 밤을 알고 있는 이름.